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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럼] 잔여 인생의 우선순위, 가족(가족관계)
 
조기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1/16 [15:47]

L씨는 정부기관 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연구원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해외 사례 견학과 더불어 그 지역 방문 시 곁들인 관광이었다. 동료들은 퇴직하면 아내와 해외여행이니 관광이니 하는데 자신은 별로 관심이 없다. 요즘 하는 일 중 가장 관심 있는 것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종교기관 활동에 열심이고 자녀들은 아직 학생이라 공부하느라 서로 얼굴보기 힘들다.

그의 상담실 방문 목적은 퇴직 후 마땅한 할 일을 찾기 위함이다. “글쎄요 어떤 일을 해야 좋을 까요?”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K씨는 몇 개월 뒤에 퇴직한다. 젊은 시절은 출장이 잦았고 밤낮을 모르고 촬영을 했다. 이후 뉴스 취재와 편집으로 업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일에 파묻혀 살았다. 최근 회사에서 정년을 3년 연장하고 그중 1년은 연수기간으로 줄 테니 급여를 절반으로 낮추고 계약직으로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남들은 퇴직이 고민인데 그는 계속 일해야 할지 고민이다. “계약직으로 더 일을 해야 좋을까요?”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았다. P여사는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를 하며 세월을 보내다 나온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P여사 남편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퇴직 후 일을 벌였다. 친구와 학교를 설립한다며 지방 항구도시로 내려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투자한 돈을 날렸다. 남편은 그 곳이 좋다며 방을 구해 기거하고 올라오지 않는다. 미혼인 자녀들은 독립해서 각자 자신의 일로 바쁘다.

남편은 자기가 있는 항구도시로 내려오라는데 호기심 가득한 세상이 자신을 가만 두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10주간 하는 인생 다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온통 새로운 삶에 대한 생각뿐이다. “저는 이제 다르게 살고 싶어요.”

 

눈치를 챘겠지만 남성들은 퇴직 후에도 일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퇴직한 중장년 남성을 다시 직업전선으로 나서게 하는 원심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아직 일할 나이 때문일까?

김용태 트리니티신학대학교 상담학교수는 그의 저서「중년의 배신」(2015. Denstory)에서 파워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책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중년이 지나면서 남성은 파워의 위기를 겪는다. 신체적으로 외모의 변화와 함께 기능이 떨어진다. 사회적으로는 퇴직으로 직장을 떠나면서 그동안 쌓아놓은 지위가 흔들리면서 존재감이 위태로워진다. 성적인 능력 면에서도 생리적 변화와 환경적 변화로 위기를 느낀다. 가정적으로는 아내는 사회적 역할을 찾으며 활발하게 개별화한다. 자녀들은 퇴직 후 갑자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아버지를 썩 반기지 않는다. 집에서도 파워가 상실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워를 회복할 것일까? 일을 통해 원상복귀하려고 한다. 김용태교수는 책에서 중년의 남성은 신체적으로 성적으로 직장에서 가정에서 상실해 가는 파워를 되찾기 위해 뭔가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한다. 과연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들은 그것을 원하는 것일까? 생계차원이라면 다른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천천히 새로운 삶을 계획해야 한다. 그 중심에 가족이 있으며 퇴직 전부터 잘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을 하든 가족의 동의가 있고 가족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퇴직 이후는 마음에 다급함을 가져오고 서두르며 판단이 흐려진다. 특히 섣불리 창업이나 투자 등으로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으며. 재정적 손실이 따르는 실패는 회복하기 어렵다.

 


퇴직 후 일을 찾아 나선 L씨는 빌딩 경비관리실에 재취업 했다. 평생 연구원으로 살아 온 그에게 밤낮이 바뀌며 근무하는 경비일은 쉽지 않았다. 그만 두고 할 일 없이 헬스장을 다닌다는 L씨, 그가 진정 일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내와 사이가 소원하고, 자녀들은 아내와만 가깝게 지낸다. 가족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몰랐던 그는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도 대화 자리에 끼기가 쉽지 않다. L씨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 버리기를 도우며 노력하나 쉽사리 가까워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답을 찾았다. “아내, 자녀와 관계 호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양 볼을 씰룩인다. “요리를 배워야겠어요. 외부 활동이 열심인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식사는 내가 준비할래요.”

 

급여를 절반만 받고 3년을 더 현 직장에서 일해야 할 지 고민인 K씨는 상담받기를 참 잘했다며 가족관계 정상화가 자신이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은 돈보다도 일할 수 있는 것이 좋았는데 되돌아보면 편집하는 일은 힘들었다. 계속 같은 일을 하기보다는 비슷한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로 해보는 것을 고민해 본다고 한다.

“최근에 방송영상관련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수강생들과 커뮤니티 이야기가 있었는데,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프리랜서로 활동을 고민했어요.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영상편집 일을 하다 보니 사람과 관계가 어려워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죠.” 그는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처럼 보였다. “제가 더 일하려고 했던 것은 가족관계가 자신이 없어서였을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어요.”

급여는 절반이지만 3년 간 보장된 직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미디어가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는 요즘 그의 오랜 방송 경험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콘텐츠 공모에 참여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프리랜서를 기대해 본다.

 

 

“25년 전부터 음악공부를 해왔어요. 전공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해 온 공부를 이제 시간도 많으니 마음껏 활동 해 볼래요.” 퇴직하고 학교 설립에 몰두하며 집에 자주 오지도 않던 남편은 이제는 아주 그곳에 머무를 작정이다. 자신은 전혀 내려갈 생각이 없다. 아이들이 나이가 많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고 남편은 떨어져 있으니 남는 것은 시간이다.

 

새로운 경험들이 잔뜩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P여사는 자신이 아주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어서 좋을 뿐이다. 상담시간 내내 외로움이 묻어나오는 말과 얼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시간이 많으니 가끔 바다도 구경할 겸 남편 있는 곳에 여행 삼아서 다녀 보는 것은 어떠세요? 따로 사는 아들 직장 근처에서 가서 점심 먹자고 번개 전화도 해보구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잔뜩 묻혀내는 이야기 물꼬가 터졌다.

“제 남편도 아마 외로울 거예요.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다음 주말에는 열차를 타고 창가에 앉아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자존심을 내려놓은 평안한 모습의 P여사의 모습을 그려본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모두가 행복한 그날을 꿈꾸는 행복한 영혼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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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16 [15:47]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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