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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안 갔어54] 폴레 폴레 눈 덮인 킬리만자로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의 세계 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기사입력  2018/09/06 [10:50]

너희들이 태어난 지도 벌써 10년 이상이 지났구나. 그 10년여 년의 시간이 한 번에 지나간 게 아니고, 너희의 하루하루가 모여서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다시 10년이 된 거란다. 태어나서 돌을 지나 처음으로 내디딘 걸음마가 첫걸음이 되고 두 번째 걸음으로 이어지고 그 걸음이 또 다른 걸음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른 거란다. 처음 시작할 때의 한 걸음이 비록 보잘것없어 보이긴 하겠지만, 인생에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말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단다. 그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 속에서는 어떤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지.

 

▲ 삼부자의 킬리만자로 트레킹 모습 
▲ 만다라 산장(2,720m) 도착 


우리는 지금 킬리만자로에 있다. 해발 5,895m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휴화산이지. 여기서 우리가 가장 많은 말을 듣기도 하고 스스로 많이 한 말이 바로 ‘폴레 폴레(pole pole)’야. 여기 탄자니아 말인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라는 의미로, 매일 수천 번을 되뇌면서 킬리만자로를 오른다. 아빠도 이번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겼듯이 너희도 이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인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한 걸음씩 매일 전진하기를 바라.

 

▲ 옷은 더 두껍게 입고 둘째 날도 힘찬 출발 

 

그리고 그 한 걸음은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너희들 자신의 근육을 스스로 움직여야 한 걸음이 되고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지. 탄자니아 속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어.

 

Haraka haraka haina baraka, pole pole ni mwendo.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 폴레 폴레 니 므웬도)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고, 천천히 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속도라는 의미야. 이제까지 아빠가 살아오면서 추구한 삶과는 반대라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더구나.

 

▲ 3,000m가 넘어가면서 힘들지만 파이팅 하는 승빈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몇 주 살아 보니 이들의 삶과 속담을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킬리만자로라는 자연 속에서는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폴레 폴레, 킬리만자로 속으로 들어가자!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아빠가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인데 이제는 10대 초반인 너희들도 아주 좋아하는 노래란다. 그러면서 꼭 정상에서 얼어 죽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로 5박 6일의 특별한 산행을 시작한다.

 

▲ 6시간 이상 걷고 3,500m가 넘으니 지치고 숨쉬기도 힘들고 

 

첫째 날은 열대밀림과 화산지형을 걷는 지루하고 인간의 한계와 싸우는 마랑구 게이트(Marangu gate)에서 만다라 산장(Mandara Huts)까지 가는 길이야. 해발 1,800m가 넘는 곳에서 2,700m까지 약 8㎞ 정도의 열대 우림 지대를 걷는 코스이지. 입산 등록을 마치고 우리 삼부자의 산장을 포함한 입장료로 1,634달러(한화 약 2백만 원)를 결제했어. 이제까지 6개월 동안 여행하면서 가장 큰 돈을 지불한 셈이지. 죽을 위험까지 감수하며 하는 트레킹인데 비용이 이렇게 비싸니 아니러니하게 느껴졌어. 하지만 위험에 노출될수록 큰 용기를 배울 수 있고, 어린 나이에 죽을 만큼 힘든 경험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확신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나아간다.

 

▲ 춥고 배고프고 힘은 없어서 결국 눈물을 보이는 찬형이

 

시작점에서 50m 정도만 가니, 갑자기 전혀 다른 정글이 나오는구나. 햇볕이 강하지만 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로 인해 트레킹은 제법 시원하게 잘 진행되었지. 얼마 가지 않아서 그냥 길가에 앉아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어. 엊그제 나이로비부터 함께한 뉴욕에서 온 친구, 그리고 오직 킬리만자로 트레킹만을 위해 온 일본인, 중국인과 함께 점심을 함께했지. 그리고 각자 또 알아서 출발했어.

 

▲ 하루 종일 폴레 폴레 결국 어두워지기 전에 호롬보 산장 도착  

 

첫째 날 만다라 캠프까지는 보통 3시간이면 가는 길을, 우리는 5시간이 넘게 걸려서 거의 저녁이 돼서야 만다라 캠프에 도착했단다. 승빈이가 잘 걸었는데 마지막 구간에 힘들어하는 바람에 조금 지연되었지. 도착해서 리셉션에 도착 신고를 하고 4인용 침대가 있는 작은 통나무텐트에서 쉬었어. 너희는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인지, 둘 다 들뜬 기분에 매우 좋아하는 눈치야. 특히 통나무 텐트로 직접 가이드가 따뜻한 물을 가져와서 얼굴, 손, 발만 간단히 씻게 해 주니 더 특별하고 신기해하는구나. 저녁은 따뜻한 수프와 닭고기 등으로 잘 먹고 큰 어려움 없이 첫째 날을 마무리했지. 새벽녘에 화장실 가기 위해 나와서 본 맑고 깨끗한 하늘과 별들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었단다.

 

▲ 셋째 날 고산적응 위해 완전무장하고 출발

 

둘째 날은 만다라 캠프에서 호롬보 캠프(Horombo Hut, 3,720m)까지 약 11㎞를 걸어서 올라가는 코스였어. 해발고도는 약 1,000m를 올라가는 거야. 여기서부터 가이드들이 “폴레 폴레!”라고 외치면서 천천히 가기 시작해.

 

▲ 고산증 등으로 2~3초에 한걸음씩...폴레 폴레

 

킬리만자로의 가장 큰 장애물인 고산병 증세가 시작되는 구간이기도 하지. 어제는 정글 속을 걸었는데 오늘은 처음 20분은 큰 나무도 있더니 그 이후로는 나무들이 작아지고 2시간이 지나니 키보다 작은 나무들만 보일 뿐이야. 해발 3,000m쯤에 오르자 승빈이가 고산병 증세 등으로 힘들어했어. 그때부터 승빈이 페이스에 맞추어 아빠도 태어난 이래 가장 천천히 산행을 했지.

 

“폴레 폴레…. 폴레 폴레….”

 

이렇게 천천히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천천히 걸었어. 힘든 와중에도 승빈이 너는 엉뚱한 질문을 자주 하더구나. 호롬보나 정상 만년설에 폭탄이나 박격포 쏘면 어떻게 되는지부터 정상의 만년설을 녹이려면 태양이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하는지 등 어린이다운 질문을 마구 쏟아냈지. 그러면서도 불평은 거의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잘 간다. 아빠는 승빈이가 목표의식을 가지고 힘들어도 불평 없이 한 발 한 발 가는 것이 너무나도 대견했단다.

 

▲ 지브라 락스(Zebra Rocks)까지 고산 적응 훈련 마친 찬형

 

해발 3,500m 부근부터는 더 힘들어져서 모두 말도 별로 없어졌어. 보통 사람은 7시간 정도의 구간을 우리는 거의 11시간을 걸어서야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지.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기뻐할 시간도 없이 고산증세가 모두에게 엄습해 왔어.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 폴레 폴레 천천히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너희들은 토하고 화장실 가고….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지.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뜨거운 차 한 잔씩 하고 통나무 막사에 죽은 사람처럼 쓰러지고 말았어. 가이드와 포터가 내일 일정으로 미팅하자고 해도 무시하고 내일 논의하자고 하고 일단 잠을 청했지. 하지만 머리만 아플 뿐 잠은 오질 않는구나. 다행히 너희들은 힘들어하더니 잠이 든 모양이야. ‘아빠라도 멀쩡해야지 너희들을 돌볼 텐데….’ 미안하면서도 6일간의 트레킹이 처음으로 후회되기 시작한다. ‘죽지는 않겠지?’라는 심정으로 그렇게 잠이 들고 말았어.

 

▲ 힘들어 곤히 잠든 모습. 찬바람에 탄 얼굴 모습이 짠하다. 

 

이윽고 셋째 날이 밝았어. 고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어젯밤의 힘들었던 고산병은 어느 정도 사라지고 정신도 제자리에 있었지. 너희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기도 좋고 하늘빛도 너무 좋다고 난리야. 특히 이곳 킬리만자로에만 주로 서식한다는 유칼리투스 나무도 멋지다고 감탄했지. 오늘은 고산 적응하는 날. 넷째 날 가야 하는 키보 산장까지 가지 않고 4,100m인 지브라 락스(Zebra Rocks)까지만 왕복하며 우리의 신체를 고산에 적응하는 시간이지. 아빠가 일부러 너희들을 위해서 5일에서 6일로 하루를 더 늘린 것인데, 너희보다 오히려 아빠를 위한 시간인 것 같구나. 4박 5일짜리 일정인 사람들은 아침 일찍 키보로 떠나고 없었어.

 

▲ 넷째 날 아침 키보로 출발하기 전에 파이팅 점프

 

우리는 늦은 아침을 챙겨먹고 고산 적응 코스인 지브라 락(Zebra rocks)로 올라가기 시작했지. 언덕이 많은 코스여서인지 2시간 30분을 갔는데도 무척 힘이 드는구나. 4,000m 지점에서 승빈이는 아빠랑 쉬고, 찬형이는 지브라 락까지 다녀왔어. 체력과 고산병을 고려했을 때는 아무래도 우리 삼부자 모두 함께 정상까지 가는 것은 무리처럼 보여. 정상은 못 가더라도 5,000m까지는 가고 싶은데 당장 키보 산장까지 가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이니…. 일단은 함께 모두 가기로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 해발 4,000m에서 휴식.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잘 가는 대단한 포터들

 

넷째 날은 호롬보 캠프에서 키보 캠프(Kibo Huts, 4,750m)까지 9㎞를 가야 해. 어제 하루 적응도 잘했으니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지. 호롬보에서 머물면서 알던 많은 외국 사람들은 꼭 힘내서 키보에서 보자고 하면서 파이팅 해 주는구나. 우리도 그들에게 진심으로 파이팅 하며 격려를 보냈어. 출발하려는데 리더 가이드인 카도가 공원 관리소에서 사인을 해야 한단다. 너희 둘 다 어려서 부모 동반을 해야 하고, 모든 책임을 아빠가 진다는 내용을 자필로 쓰고 사인을 하는데 어찌 기분이 묘하더구나.

 

▲ 승빈아 힘들지? 아빠도 힘들다.

 

그리고 출발했는데, 승빈이가 어제와는 다르게 걸음 보폭도 어제보다 크고 속도도 빨랐어. 그래서 ‘오늘 키보 캠프에서 잘 수 있겠구나!’라고 큰 기대를 했지. 하지만 점심식사 후 4시간째가 지나면서부터 급속히 속도가 떨어졌어. 해발도 4,000m가 넘고 햇빛도 뜨거워서인지 한 발짝 움직이는 데만 몇 초씩 걸렸지. 아빠도 고산증세가 있어서 차츰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말이야. 4,200m 부근에서 많이 지체가 되어 결국 4,300m 정도 되는 지점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했어. 왜냐하면 저녁이 되기 전에 올라가든 내려가든 어느 쪽 캠프든 도착해야 하는데, 키보 캠프로 올라가는 것이 훨씬 위험해 보였거든.

 

▲ 한걸음씩 천천히 힘내서 나아가자! 

 

찬형이 너는 정상을 가고 싶은 마음에 하산한다고 하니 정상까지 올라가자고 울먹였지. 잘 이해시키고 10년이나 12년 후에 다시 꼭 오기로 하고, 결국 우리는 천천히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어. 2시간 넘게 올라온 거리를 20분에 내려가니 허탈하더구나. 그렇지만 힘들어도 한 걸음 한 걸음 불평 없이 함께해 준 너희가 너무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이번 킬리만자로 트레킹으로 값지게 배운 ‘폴레 폴레’ 정신을 잘 기억해서 앞으로 살아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 정상에는 못 올랐지만 기념으로 받은 킬리만자로 등정서 

 

다음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한식 김치찌개를 먹으니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과 이것이 천국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런데 아들아, 어떡하지? 아빠가 너희들과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을 것 같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니 다시는 킬리만자로 산행을 하고 싶지 않구나. 젊은 너희들끼리 꼭 다시 와서 정상에 도전하길 바란다. 아빠는 이번 한 번으로 좋은 경험으로 만족하고, 대신 아빠는 여기 아래 마을에서 너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며 축하 파티를 준비할게. 수고 많았다. 사랑한다!

 

아빠 조언: 인생도 킬리만자로 등정처럼 한 걸음, 한 걸음씩 폴레 폴레!

아들 조언: 아빠! 12년 후에 꼭 다시 와서 정상에서 봐요!

 

▲ 결국 키보 산장 가는 길에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사진 한 장  
<1년동안 학교를 안 갔어!> 저자. 현)ES International 대표 / 여행작가 / EBS 잡스쿨 강사 / 전)한국3M 사업부장.

학교를 쉬고, 세계여행을 떠난 삼부자(아빠와 두 아들)의 세계여행 도전기!
경험을 최고의 자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아빠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가 담긴 책.

그래서 경험을 제일 소중히 하며,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해피삼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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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6 [10:50]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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