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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럼] 아내가 퇴직을 반대합니다 (종합)
 
조기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4/28 [10:23]

그에게 강의 시간에 어떤 느낌을 가지고 참여했는지 물었다.

 

“답답합니다.”

 

“아니 업무 중에 강의에 오면 좋지 않나요.”

 

그의 표정을 살피니 답답함을 너머 초조해하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답답하고 초조하며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빨리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은 특유의 상담자로서 직업적 특성이 올라왔다. 퇴직이 임박해 있는 대상자들과 강의를 통해 만난 뒤 상담에 들어간다. 이제 겨우 쉰 세 살이고 퇴직할 나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업무 시간에 퇴직관련 프로그램에 참여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회사 내에서 무언적인 참여권유를 하는 것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참여하는 당사자는 일할 시간에 퇴직 관련 프로그램을 듣는다는 것이 부담도 되고 퇴직예정자라는 낙인이 될까봐 답답함을 일으킬 수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경수(가명)씨는 답답한 마음을 쏟아놓는다. 상담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퇴직을 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업무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안다. 자신의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평가가 이루어진다. 공부만하다 졸업 후 직장을 선택했고 직장을 위해 몸 받쳐 일 했지만 먼저 퇴직한 선배들을 보며 가야할 길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퇴직 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없습니다.”

 

사실 퇴직 후 계획을 가지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계획 없이 직장을 나온다. 계획이 있고 그 계획이 좋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퇴직 후에 천천히 계획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퇴직 전에 퇴직 후 계획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계획 없는 것이 본인 책임도 아니다. 직장 내 환경과 문화적 여건을 감안해 보면 퇴직 후를 준비하는 것이 어찌 보면 직장에 불충실한 결과로 보여 질 수 있다. 직장 내에 퇴직을 위한 준비과정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퇴직 전에 직원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직장문화형성이 더 중요하다.

 

“이경수님은 저를 만난 것이 행운입니다. 생애설계전문가를 만나서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고 함께 계획을 짜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맞다.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퇴직 후에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은 생애설계전문가를 만나서 함께 각 영역별로 진단을 하고 평가를 하며 앞으로의 길을 계획해야 한다. 생애설계전문가는 각 영역별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각 사람에게 맞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목표와 구체적 행동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당사자가 실행하도록 잘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저는 퇴직 후 새로운 직장을 가져야 합니다. 새 직장을 가진다면 어떤 직장을 선택해야 하나요. 수입은 어떤가요.”

 

“아니 퇴직하고 일을 하면 좋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한 이유가 있나요.”

 

“예, 저는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생계를 위한 일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가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이유는 참 안타까웠다. 그는 가계를 아내에게 맡겼다. 아내는 결혼 후로 경제적 어려움을 알지 못했다. 처가 부모님은 집 근처에 살고 있고 아내가 그 살림도 맡고 있다.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퇴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내가 미웠다. 자신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에게 임원 되라고 했나요.” 아내의 반응이다.

 

이경수씨는 열심히 일했다. 집과 거리가 있는 직장이라 회사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십여 년 이상을 주말 부부로 지냈다. 가족은 남편이며 아버지며 자식인 자신의 희생을 강요했다. 그의 곁으로 와서 함께 살지 않았다. 가족이 보고 싶고 그리웠다. 주말에 집에 가는 동안 가족과 아내의 애틋함을 마음에 품고 간다. 막상 집에 도착하면 서먹하다. 마음과는 달리 할 이야기가 없다. 아이들과 아내는 처갓집에 자주 왕래하며 잘 지내는 모습이 낯설었다.

 

 

아내에게 퇴직에 대해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아내는 부정적이며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뒤로는 혼자 속을 앓으며 두려움과 불안은 늘 엄습해 온다. 누군가에게 마음 편하게 상의하지 못하는 자신, 특히 아내에게 조차 퇴직문제를 외면당해 서글펐다. 퇴직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가족이라는 것이 자신의 책임인 것만 같아 더욱 힘들게 한다. 아내는 자신이 쉽게 퇴직을 결정하지 않고 계속 직장을 다니도록 하기 위해 퇴직 이야기를 아예 원천봉쇄한 느낌을 받았다.

 

퇴근길에 가끔 한 무더기들의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동창모임이나 시골 친구들 모임인 것 같아 보인다. 이경수씨는 친구가 없다. 한때 동참 모임에 참여 했지만 보험 상품을 판매하려는 친구가 부담이 되어 그 후로 모임에서 빠졌다. 직장 내 동료들과 가끔 모임을 가지기도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퇴직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정보공유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트레스와 함께 몸도 좋지 않다. 점심시간에 잠깐 계단을 오르내리면 다리가 아프다. 빈혈기를 느낄 때도 있다. 퇴근길에 만나는 산행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면 ‘재미있게 사는구나!’ 는 생각을 한다. 가끔 주말에 집에 가지 않을 때는 산에 가보고도 싶지만 빈혈기가 있고 혼자 가는 것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이경수씨 생애설계 진단 내용은 매우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생애설계 전 영역에서 50점 이하 낮은 수치가 나타났다. 영역별로 1점에서 10점 사이 진단 질문 중 1점, 2점, 3점이 다수 발견된다.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삶에 대한 목표수립과 실행계획 수립은 공감과 격려가 우선이라고 여겨서 생략했다. 그는 지금 매우 에너지가 약한 상태다. 자존감 또한 낮아져 있다. 에너지가 약한 상태에 있는 내담자에게 짧은 회기 동안에 목표수립이나 구체적 실행계획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되어 더 힘들고 낙심하게 만들 수 있다.

 

그와 함께 진단 결과를 조심스럽게 평가해보았다. 이경수씨는 회사의 압박, 가족의 이해 부족, 퇴직 후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퇴직에 대한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가정경제는 아내가 주도적으로 맡아 와서 자신은 잘 알지 못하고 있고. 퇴직 후 수입 중단에 대한 대책이 없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족관계는 매우 취약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10년 이상 주말부부로 살아오는 동안 정서적 교류가 부족한 결과임을 깨달았다. 사회적 관계는 직장 중심 생활과 본인의 성향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취약하다. 사회공헌 및 여가 활동은 특별한 경험이 없다. 건강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아프고 빈혈기도 있는 것으로 보아 건강상태도 양호하지는 않다. 진단 결과와 평가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크게 반성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내 모습 같지는 않을 겁니다. 내 문제를 깨달았으니 뭔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담과 컨설팅을 마치고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 이경섭님은 퇴직에 부담을 가지고 있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길 권유합니다. 지지자가 필요합니다.

 

- 건강에 대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종합검진을 권유 드립니다. 그리고 동네 공원 걷기, 집에서 가벼운 스트레칭 하기를 실행 하시고 꾸준히 할 것을 권유합니다.

 

- 가족관계는 오랫동안 주말 부부로 살면서 정서적 단절이 생겨났습니다. 관계 회복이 쉽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내어 자녀, 아내와 대화를 시도해 보길 권합니다. 방법은 용기를 내어 솔직한 심정 말해보기, 자신이 원하는 관계에 대한 욕구 이야기 해보기 등을 통해 천천히 급하지 않게 시도해 보기를 바랍니다.

 

- 사회적 관계와 여가활동은 옛 친구 찾기를 시도해 보고, 자신의 성향을 조금 오픈 마인드로 변화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너무 부담이 되는 관계는 시도하지 마시고 동네 주민과 같이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퇴근 후나 주말에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탁구장이나 배드민턴장을 찾아서 사람들과 어울려 보세요. 걷기도 좋습니다. 쉬운 것부터 권합니다. 관계도 형성되고 취미활동과 여가활동이 되며, 나아가 건강도 많이 좋아지는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한 몸과 정신을 회복하시길 소망합니다. 정신과 신체가 회복되면 가족관계나 퇴직문제, 퇴직 후 새로운 진로에 대한 판단과 결심의 힘이 생겨나리라고 봅니다.

 

 

[조기훈 칼럼니스트, 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이사장, 한국생애설계사(CLP)]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모두가 행복한 그날을 꿈꾸는 행복한 영혼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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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8 [10:23]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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