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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기록39] 더 멀고 더 깊고 더 높은 곳으로
우유니 사막, 나미브 사막 그리고 히말라야 임자체 등반 이야기!
 
김경수 오지레이서 기사입력  2018/04/23 [00:40]

편한 길을 택하면 보이는 경치는 늘 한결같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다가올 미래는 어둠에 갇힐 것이다. 걱정만 해서 해결 될게 별로 없듯 할 수 있다고 마음만 고쳐먹어도 가능성은 열린다. 지구상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 주어진 형편이 늘 완벽할 수 없다. 모험을 두려워하는 건 내게 주어진 삶을 거부하는 것이고, 도전을 피하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나는 대자연을 품고 싶은 열망 하나로 현관문을 나섰다.

 

▲ 나미브사막 레이스지도(위)와 우유니사막 레이스지도(아래)


인간의 본성은 한시도 잠들지 않고 욕망엔 끝이 없다. 인류는 생존과 수렵을 위해 더 높이 올랐고, 더 깊은 곳을 찾아 헤맸다. 진화된 인류는 영토 확장을 위해 더 멀리 달렸다. 지금도 외교 전쟁과 무역 보복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과거 인류의 DNA는 여전히 꿈틀거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사막과 오지로 향하는 내게 역마살이 꼈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는 과거부터 내재된 인간 본능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태고의 땅, 세상의 끝,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곳은 어떤 모습일까. 내 안에는 늘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호기심이 더 나를 자극했다. 2014년 6월, 태평양과 북미를 거쳐 혈혈단신 2박 3일의 우여곡절 끝에 남미 안데스 산지의 고원지대 알티플라노(Altiplano) 품으로 들어섰다. 건조가 극에 달해 숨 쉬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해발 3,700m가 넘는 고지대는 거칠고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펼쳐진 초지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리마 무리를 보며 여기가 지구의 끝인가 하는 의구심 들었다. 녀석들의 평온을 깨뜨릴까 싶어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살리나스에서 시작된 레이스는 3일 동안 알티플라노 고원을 오르내리다 3,860m 알카야 산 정상을 넘어 따후아 화산 언저리까지 72km를 달린 끝에 멈춰 섰다. 어깨는 짓누른 배낭 멜빵에 피멍이 들고, 발가락은 온통 물집으로 짓물렀다. 쌓인 피로를 회복할 겨를 없이 연이어 우유니 소금 호수 99km를 달리며 잉카와시 섬을 거쳐 마침내 3일 만에 꼴차네에서 레이스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구의 끝 언저리에 서는 대가는 가혹했다. 고산병과 살인적인 자외선도 기꺼이 감수해야 했다. 밤이면 영하 18도까지 곤두박질치는 혹한까지 견뎌내야 했다. 극한의 경계를 넘나들며 온 몸이 부서져도 나는 이 여정을 멈출 수 없었다.

 

 

지구상 가장 오래된 사막, 문명의 접근을 거부하는 오지 속 오지. 열정과 일상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공존했지만 나는 끓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2009년 5월, 시각장애인 송경태님과 함께 20시간의 비행 끝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와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 가장 깊숙한 곳, 부시맨의 고향인 나미브 사막까지 오고 말았다. 일 년 중 3백일 이상 태양이 불타는 이곳에서 수분이라고는 일 년 내내 남서쪽에서 미풍을 타고 오는 짙은 안개에서 얻는 것이 전부였다.

 


나미비아 국립공원에서 출발해 지구상 두 번째로 큰 대협곡인 피쉬 리버 캐니언 118km을 건너고, 대서양 해안까지 펼쳐진 나미브 사막 142km을 넘어 대서양 해안도시 루데리츠까지 달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꽃이 핀다. 7일간의 레이스 동안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4일과 5일째 밤낮으로 100km의 롱데이 구간을 기적처럼 통과했다. 7일째 결승선을 200m 남겨둔 목전에서 레이스 내내 움켜잡고 있던 시각장애인의 손을 풀고 그의 등을 떼밀어 홀로 입성시켰다. 누구도 예상 못한 그를 위한 반전의 드라마였다.

 


인도 북부에서 아시아 대륙 중앙을 관통하며 동서로 2,400km를 뻗은 만년설의 산맥. 하늘과 가장 가까운 8천m급 거봉들이 움집 해 있는 세계의 지붕. 일상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히말라야를 2016년 초 영화 <히말라야>로 간을 봤다. 황정민 주연의 이 영화는 히말라야에 남겨진 동료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려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담았지만 산쟁이들의 끈끈한 우정과 집념이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성난 눈보라에 갇혀 자신의 의지마저 몰각된 죽음 앞에서도 지금 가장 보고 싶은 게 ‘다음에 오를 산’이라니...

 


신들의 왕국이라 불리는 히말라야는 실제 어떤 모습일까. 도전과 두려움이 공존했지만 나는 도전을 선택했다. 그해 5월, 마치 영화처럼 쿰푸 히말라야 아주 깊고 높은 곳의 고봉 6189m 임자체 Island Peak의 설선면 5895m까지 올랐다. 2015년 네팔 대지진 이후 아직도 여진이 있었지만 4970m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5400m 하이캠프를 지나 위험천만한 너덜지역 위를 밟으며 올랐다. 비록 정상을 3백여m를 남겨놓고 멈춰 서서 정상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내 생애 하늘과 가장 가까이에 섰다.

 

 

나에겐 특권이 있다. 형편이나 능력을 떠나 도전의 목표를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누구든 능력이나 환경을 탓할 필요가 없다. 물고기 ‘코이’는 작은 어항에서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큰 수족관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란다. 더구나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 만하게 자라고, 강물에 풀어놓으면 대어가 된다. 이를 ‘코이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주변 환경이나 생각에 따라 엄청난 차이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을 산 거울이다. 자신의 무대를 어항이 아닌 강물이라 생각하자. 꿈의 크기를 키우면 우리 인생도 달라진다. 지금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물론 꿈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당신이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누구든 꿈을 품고 도전할 목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기 위해 10년 넘게 일상 밖 사막과 오지로 눈을 돌렸다. 도전의 회 차가 거듭될수록 도전의 끝은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울 강북구청(팀장)에서 근무하며 10년 넘게 지구상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달리고 있으며, ‘제31회 청백봉사상’과 ‘2013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상’을 수상했다.

강연(명강사 제128호, 한국강사협회)과 집필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 블랙야크 셰르파, 아츠앤컬쳐 편집위원, 돈키우스특강 고문 그리고 방송 활동도 활발하다. 선거연수원 초빙교수도 겸하고 있다.
▪ gskim3@gangbuk.go.kr ▪ www.facebook.com/gski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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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3 [00:40]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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