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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럼] 퇴직이 두렵다 (종합)
 
조기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4/19 [01:48]

열 번의 생애설계 강좌를 하는 동안 세 번의 생애설계 상담 및 컨설팅을 하기로 했다. 성향검사와 진단, 가족관계 강의 시간에 유난히 도전적인 질문과 반응을 보였던 수강생과 첫 만남은 생애설계 영역 8대 분야 진단부터 시작했다. 영역별 10개 문항으로 구성된 100점 기준 척도의 8대 영역 측정치는 낮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영역별 측정치를 레이더 차트에 옮겨 놓으니 낮게 웅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그래프가 드러났다. 특히 재무와 건강, 가족관계 측정치가 50점에서 60점 사이에 놓여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대기업 고액연봉자의 재무수치가 낮은 것이 특이하다.

 

 

내담자는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생애설계 강좌에 참여했다. 회사에서 퇴직예정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실재 참여자 입장에서는 근무 시간에 교육을 받으러 나오기가 쉽지 않고 부담이 된다. 그는 퇴직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 인사팀에서 퇴직에 대한 압박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다. 부서 내 40대 중. 후반인 부장과 팀장 상사의 무언의 압박까지 생각하면 마음속은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 임금 피크제를 선택할 것인지 퇴직을 결정할 것인지 조만간 결정을 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각 영역이 낮은 수준을 보인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첫 번째 진단에서 나타난 특별하게 낮은 3개 영역을 중심으로 한 영역씩 살펴보며 분석과 평가를 진행했다. 먼저 재무 분야 탐색에 들어갔다. 내담자는 55세 임금 피크제까지 2년을 남겨두고 있다. 자녀는 셋으로 첫째는 직장인이다. 둘째아이는 대학 4학년이어서 다행이지만 막내가 고3 학생이라 막내 학자금에 대한 불안감이 퇴직여부를 걱정하게 하고 있다. 아내가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며 그동안 준비해둔 가계 비축자금에 손을 댔다. 세 자녀의 결혼자금과 막내 학자금을 생각하면 아직 퇴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실하지만, 나날이 치밀해지는 회사의 압박과 나이어린 상사들의 눈치를 견뎌내기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3년 전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짐작되어 회사의 보상과 지원을 원했지만 좌절했다. 업무 연관성을 밝혀내기란 불가능했다. 동종업계 다른 기업에서는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지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은 아직까지 재발은 없다. 하지만 항상 불안하다. 남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암보험이나 실손 의료비 보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직장 일에만 평생 충실했지 자신을 위한 준비는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과거 병력으로 보험가입은 불가하고 괜스레 건강염려증만 가지고 있다.

 

아내와 사이는 좋지 않다. 아내가 사업한다고 까먹은 가계자금 손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두 번 실패했으면 그만 두어야 함에도 자꾸만 일을 벌이는 아내가 못마땅하다. 다툼이 많아지고 신체적 접촉까지 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때 아내가 폭력신고로 경찰서에 간적도 있다. 아내는 변하지 않았고 이혼 직전까지 갔다. 부부관계를 가진 기억은 오래다. 아예 섹스리스 부부가 됐다.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 아내가 하고 있는 가게도 변변찮은데 또 다른 사업을 벌이려고 한다. “이해가 안돼요. 갈아치우고 싶어요.” 자녀들과도 사이는 좋지 않다. 자녀들이 아내하고만 대화를 한다. 자신이 대화 자리에 끼려 하면 자녀들은 방으로 각자 들어가 버린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내담자는 자녀들의 이야기에 “별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느냐”며 주로 지적 질을 한다.

 

열심히 일만 해왔다. 병을 얻었다. 회사에서는 퇴직 압박과 나이어린 상사에게 치이고, 집에 오면 아내와는 남이다. 자녀들도 자신을 피하기만 하니 퇴직까지 하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하고 두렵기만 하다. 다른 영역들도 탐색이 필요해 몇 가지를 질문했다. 친구관계나 대인관계를 들여다보았다. 인간관계 지표인 사회적 관계 지표도 그다지 높지 않다. 직장 내 관계는 약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치 때문에 점심도 마음 편히 먹으러 다니기 힘들다. 직장 외에서 관계는 직장생활에 메여서 기회가 없다. 여가활동이나 사회 공헌은 아예 경험조차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세 번째 만남을 위한 과제를 부여했다. 부족한 생애설계영역(Consulting Focus)에 대한 목표, 버릴 것, 채울 것, 향후 3개월 간 계획, 파급효과를 기록해 오도록 했다. 3년 후, 5년 후의 자신의 모습,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대한 목표(Goal)와 실행계획(Activity)을 기록해 오도록 했다. 기대가 됐다. 얼마나 힘들고 많은 고민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대충할 수도 있다. 의미를 부여한 만큼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갈 수 있기에 내심 잘해오기를 기대했다. 빈칸을 듬성듬성 채워 온 과제지에 지우고 쓰고 한 것을 보니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기록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기록하기 전의 마음과 기록할 때 느낌, 현재의 마음을 이야기 하도록 했다. 계면쩍게 웃으면 이야기 하는 모습에 쑥스러움이 가득했다.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빈칸을 채워가면서 자신을 성찰해볼 수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만남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에게 Consulting Report를 써 메일을 보냈다.

 

- 김영수(가명)님은 처음 상담할 때와 비교해서 3회기 때 표정이 밝아 보여 좋았습니다. 퇴직은 결심하신 대로 최대한 근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근무기간동안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최대의 적이니 직장동료들과 편안하고 원만한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강좌를 수강하고 컨설팅에 참여한 동료들과 함께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것도 좋다는 제안을 드렸고 김영수님께서도 동의 했으니 꼭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 자녀 학자금은 김영수님이 계속 근무하기로 했으니 사내 학자금 지원으로 대처가 가능하고, 자녀 결혼 자금은 스스로 준비하도록 부부가 합의 후, 합의한 내용을 자녀들에게 미리 주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아내와, 자녀와 관계는 퇴직.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소홀히 하지 마시고, 상담 내용을 중심으로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세요.

(아내, 자녀들과 따로따로 일대일 정기적인 데이트하기, 가사분담, 인정하기, 이야기 들어 주기 등)

 

- 사회적 관계 또한 중요합니다. 사내 든 사외 든 꼭 한 두 군데 참여하시기 바라며, 천천히 알아보고 선생님과 맞는 사회적 관계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김영수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종교생활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사회공헌 활동은 여가와 함께 노후 활동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지금부터 조그만 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공부도 여가 중 하나입니다. 여가활동, 사회공헌(자원봉사) 은 건강과 사회적 관계, 일과 커리어, 재정문제까지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영역입니다. 새로 이사를 가기로 한 곳(아파트 단지)에서 동 대표를 해보겠다고 한 것은 참 좋은 생각입니다.

 

 

* 김영수님께서는 이번 상담. 컨설팅을 통해 가족과 관계개선 의지를 결심한 것을 칭찬합니다. 어학이나 공인중개사 공부, 아버지학교 참여, 종교생활 시작하기, 아파트 동 대표 참여 등은 아주 좋은 계획 입니다. 수립한 계획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으로 추가나 보완을 하고 꼭 실천해서 멋진 잔여 인생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조기훈 칼럼니스트, 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이사장, 한국생애설계사(CLP)]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모두가 행복한 그날을 꿈꾸는 행복한 영혼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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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9 [01:48]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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