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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럼] 배우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요(여가활동/사회공헌)
 
조기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2/22 [03:01]

“방송에서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보고 찾아왔어요. 열정이 끓어올랐어요. 억제되어 있던 무엇인가 열린 느낌이었어요. 신선한 느낌이랄까? 일과 자녀 양육을 함께하기 힘들어 일을 포기했었는데 이제 하고 싶네요.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배우려고 해요. 하지만 불안해요. 배우면 일을 하려고 할 것이고, 남편과 자녀들은 적극 응원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서양화를 전공한 P씨는 결혼하고 나서 그림을 지도하는 일을 했다. 자신이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어린 자녀들을 밖에서 놀게 했다. 일 때문에 아이들을 밖에 내몬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너무 힘들었다. 집에서 하는 개인레슨으로 전환했다. 꾹 찌르면 눈물이 주르륵 흘릴 것만 같았던 30대를 보냈다. 자녀 육아와 양육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고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이제 자녀들이 성인이 됐다. 50대 이후 세대들이 퇴직하거나 은퇴해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학습하며 놀며,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보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기회다 싶어서 설레는 마음을 남편과 자녀들과 상의했다. 그동안 잊혀져왔지만 마음 한편에 오롯이 남아있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도 이제 못해봤던 내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전공을 살려 도슨트(Docent) 활동을 하고 싶어요.” 가족들은 적극 응원한다며 대 찬성했다. 다행이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서 도슨트 양성기관의 지원자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과정에 등록했다. 등록하고 나니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이유는 반대하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찬성한 가족들의 의외의 기대감 때문이다.

 

‘의욕만 앞서다가 잘 못하면 어떡하지? 지원자 선발 과정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생활패턴이 바뀌면 가족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일이 다르지 않을까?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이나 내용이 외부 활동으로 인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P씨와 같은 불안은 새롭게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경력이 오랫동안 단절된 사람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기존방식의 변화가 수반되기도 하고, 기존 것에 대한 포기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 있다.

 

P씨는 설레는 마음에 양가감정이 일고 있다. 자녀들을 양육하느라 포기했던 자신의 일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과, 그것으로 인한 현재 삶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P씨의 불안을 탐색하다 보니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SNS를 통해 펫(Pet)을 접하게 되었다. 동물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자꾸 SNS 펫 스토리를 보게 되고 고양이를 기르게 된 계기가 있었다. 6년째인데 동호회 모임까지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 모임에 다니다 보니 동물혐오나 식용, 학대를 다루는 모임에 까지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고민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펫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까지 활동이 넓어질 줄 몰랐다. 고민 끝에 동호회 모임이나 관련 사회적 이슈에는 참여하지 않고 기부금만 내는 것으로 정리했다. 상담자도 펫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에 무심코 입양한 고양이로 인해 내담자의 삶은 많은 변화가 생겼고, 그 경험은 새로운 일에 대한 불안을 가져오게 되었다. 충분이 이해가 된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펫 이야기까지 다 듣고 나서 표정을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도슨트 과정도 등록했고, 개인레슨도 곧 중단할 참인 내담자는 이미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상태다. 가족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이제야 내일을 하게 되는 구나하는 부푼 가슴을 안고 있다. 단지 지금의 편안한 삶에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 날까봐서 불안해하고 있다.

 

퇴직이후에 새로운 일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에 해왔던 영역이거나 전혀 다른 영역이거나 가족과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일의 내용과 형식은 좀 다를지언정 일 또는 직업이라는 관점에서는 그다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났거나 경력단절이 오랫동안 지속된 후 일자리를 갖게 될 때는 다르다. 우선 자신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한다. 생활 패턴의 변화는 일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 가족과는 대화를 통해 상의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가족에게 수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 외부 활동이 늘어난다. 가족에게 소홀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일하기전하고 같지 않을 때 가족에게 갈등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 올 수 있다. 건강에도 유의해야 한다. 모처럼 일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의욕이 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신적으로는 성숙해질 수 있지만 신체는 노화가 계속 진행된다. 의욕이 앞서거나 무리하게 되면 다치기도 하고 신체에 무리가 가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질병에 많이 노출 되는데 일이 촉진작용을 해서는 안 된다.

 

내담자는 자신의 일을 찾아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욕구가 큰 만큼 반대 현상인 기존의 생활환경의 변화가 클 것이라는 불안이 있다. 내담자 마음에 한 커플 더 들어갔다. “개인레슨도 계속하면서 도슨트 활동도 해보는 게 어때요. 그렇게 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도슨트 활동에 큰 기대보다는 친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네요. 그러면 고민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불안도 없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편하게 활동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차츰 열리기도 합니다”

 

퇴직이나 은퇴한 내담자 중에는 일을 하겠다는 상담이 많다. 재정적인 큰 문제가 없음에도 일로 접근하려 한다. 물론 꼭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은퇴를 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은퇴한 후라면 나머지 삶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평생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주 새로운 것보다 은퇴 전에 했던 일을 접목하여 확대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꿈꿔 왔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단지 일로 접근하기보다는 여가적인 측면이나 사회공헌형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큰 부담감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거리 한 가지 정도 가지고 있다면 삶을 즐겁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다.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 사람과의 만남과 교제를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은 은퇴자들에게 빠져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P씨는 개인레슨은 유지하면서 도슨트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진정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일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일거리가 되어 여가활동의 일환이 되면 가장 바람직하다. 돈을 쫒기보다 자원봉사나 사회공헌으로 재능기부도 하면서 활동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수입이 따라오기도 한다.

 

[조기훈 칼럼니스트, 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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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2 [03:01]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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