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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럼] 전업 주부로 살았지만 이제는 무엇인가 하고 싶어요(사회공헌)
 
조기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2/06 [00:46]

여성의 개별화는 빈 둥지 가구가 되면서 급격하게 나타난다. 빈 둥지 가구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거나 결혼으로 분가하는 것이 주된 사유다. 자녀가 독립은 하지 않았더라도 유학이나 타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니느라 가족과 떨어져 있다면 이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다. 꼭 자녀가 따로 떨어져 살아서 빈 둥지 가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살더라도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는 자녀로 인해서 온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중년기에 접어든 여성이라면 빈 둥지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자녀의 양육과 학업성취에 집중하며 전업주부로 살아 온 여성에게 가능성이 높다. 독립하려는 자녀로 인해 삶의 방향과 목표를 잃어 버려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는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남편마저 대화가 없고 외면한다면 정서적으로 외로움은 물론 답답한 심정을 호소할 데가 없어 힘든 시기를 겪는다. 이시기에 남성은 최고의 생산성을 올리는 시기다. 자신의 일이나 직업, 직장에 집중하느라 아내가 겪는 정신적, 정서적 어려움을 알 길이 없다.

 

상담센터를 찾은 김민정(가명)씨는 당분간 남편이 모르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남편이 알면 안 되는 이유가 있군요.” 이제 막 50세가 된 김민정씨는 대학에 다니는 자녀 하나를 두고 있다. 대학 입학까지 오직 자녀 뒷바라지만 하고 살아왔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스스로 잘 해나가고 있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한동안 고심하는 날을 보내다가 어느 모임자리에 가게 됐다. 거기서 후배 여동생과 이야기하는 중에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동생은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교육을 받고 해금연주를 배웠다. 아르바이트 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도슨트 활동도 하고 해금 연주도 한다. 부러웠다.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동생이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급하고 속이 탔다. 무엇인가 자신도 하고 싶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후배 여동생과 전화로 상의했더니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를 받고 상담센터를 찾게 되었다.

 

 

“결혼 전에 무역회사에 다녔어요. 영어도 하고 독일어도 잘 해요. 어학에 관심이 많아요. 여행가이드가 하고 싶어서 시험을 봤는데, 주변에서 여행가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변만류가 심해서 못했어요. 좀 대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후회돼요. 결혼해서는 자녀 때문에 못했는데 이제 하고 싶어요. 그런데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못하게 할까봐 당분간 알리고 싶지 않아요.”

 

결혼 후 자녀 양육과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내담자는 직장 생활하는 남편과 상의하면 반대에 부딪칠 수 있고, 과거의 부정적인 주변의 만류에 뜻을 이루지 못한 경험이 기억났다. 이번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주변의 이야기에 좌우되어 결심이 변경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원천봉쇄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학에 재능이 있네요.”

 

“네 지금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요. 여행, 음악,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요?”

 

“김선생님은 영어 대화가 가능하고,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많으니 같이 찾아보죠.”

 

자신의 일과 전문적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여성이라면 중년기 이후 개별화 과정을 겪으면서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역동이 있다. 그 역동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며 내면의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좋다. 내담자의 경우는 가족, 특히 남편이 모르게 자신의 개별화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가족과 대화하며 자신의 뜻을 전달해 도움을 요청하고 지지와 격려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래 함께 살아온 가족은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의 부분과 영역이 있다.

 

중년기 이후에 전업으로 일을 하려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닐 바에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여가 활동형 접근을 생각해 보자. 또는 사회 공헌형 접근도 생각해 보자. 2004년도 7월에 근로자 법적 근로시간 주 40시간제가 도입되고, 2011년 7월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2012년도부터 학생들의 주5일제 수업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여가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것은 여가를 휴식의 개념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거리나 놀이, 참여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확대해보면 사회참여 활동도 여가의 일종이다. 사회참여 활동이 사회공헌 활동이면 일석이조다. 자신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도 하고 보람도 느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거기에 일정한 소득도 주어진다면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김민정씨도 여가적 접근, 사회 공헌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동안 해오지 않은 새로운 진입이고 여성이라면, 신체적인 활동이 많거나 적극적인 대인 관계형 보다는 정적인 활동을 하는 분야의 접근이 좋다. 여가활동에는 지속적 여가활동과 변화적 여가활동이 있다. 지속적 여가활동은 전 생애동안 한번 경험했거나 친숙한 여가활동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변화적 여가활동은 이전 생애단계의 여가활동을 다음 생애단계에서 새로운 여가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약간의 개념은 다르지만 김민정씨는 영어 회화 능력이 되고, 여행가이드를 하고 싶어 자격시험까지 참여했던 경험이 있으니 지속적 여가활동을 선택하기로 했다. 먼저 상담센터가 있는 기관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 몇 가지를 권유했다. 한국어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활동가 과정, 도시해설가 과정, 여행을 기획하고 여행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해보는 여행전문가 과정이다. 내담자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다. 그리고 도슨트가 되기 위한 과정과 양성기관,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모두를 한꺼번에 다 할 수 없다. 조금 긴 호흡으로 한 가지씩 배워보면 된다.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를 찾아가면 된다. 배웠다고 꼭 배운 분야에서 활동하려고 범위를 좁힐 필요도 없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확장해 가면 된다. 학습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눔을 통해 모임을 통해 관계를 통해 더 넓게 확장할 수 있다. 해보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는 용기를 가졌고, 스스로 발을 내딛었고 이제 참여하면 된다. 중단만 하지 않는다면 후배 여동생의 모습이 내담자에게서 곧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긴 수명을 생각해보며 짧은 시간에 무엇을 해보겠다거나 이루어보겠다는 성급한 생각을 내려놓자. 중년기를 지나며 개별화하려는 여성의 역동은 기억을 더듬어 밀쳐두고 묵혀 두었던 것을 끄집어냈다. 학습활동을 통해 여가나 사회공헌으로 연결되어진다. 지금은 작은 희망을 가지지만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조기훈 칼럼니스트, 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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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6 [00:46]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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