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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럼] 내 부엌에 들어오지 마! (가족관계)
 
조기훈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2/19 [11:55]

상담센터 맞은 편 카페에 중년 여성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아직도 이야기 중이다. 몇 시간 전에 봤는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할까? 그렇게도 좋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는 지인들이라 자리에 슬쩍 끼어 앉았다.

 

 

“도대체 남편에게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는데도 말을 안 들어요.”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해요? 왜 그러는 거예요?”

 

갑자기 내 눈이 휘둥그레지고 두뇌 신경회로가 급회전을 한다. 상담사 특유의 감각이 작동한다. 뭐지? 남편에게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은 남편에게 부엌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요즘 세태하고는 다른 이야기다. 더욱 호기심이 일어 조용히 앉아 듣기 시작했다.

 

정유경씨(가명)는 몇 달 전 대학병원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남편 때문에 속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직장여성으로 살아가느라고 못해 본 부엌일을 좀 해 보려고 하는 데, 남편이 부엌에 먼저 들어가 이것저것 알아서 하는 통에 자신이 해볼 수가 없어 너무 답답하단다. 그동안 맞벌이 직장생활을 했다. 매일 아침 출근 준비가 더 걸리는 자신을 대신해서 남편이 항상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화장하고 있는 동안에 남편은 아침밥상을 차려낸다. 남편이 준비한 아침밥상을 자신은 먹고 가기만 했다.

 

이제 퇴직을 해서 할 일도 없고 집에서 슬슬 부엌일 좀 하려 하는데 남편이 늘 선수를 친다. 예전처럼 음식을 준비하고 밥상을 차린다. 고맙기만 했던 직장생활 동안 남편의 도움이 이제는 고맙지가 않았다.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그래서 제발 부엌은 자신의 자리이니 이제 들어오지 마라. 부엌일은 내가 하겠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남편에게 몇 번을 이야기를 했는데, 지켜지지가 않는다. ‘참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정유경씨의 남편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는데 정유경씨는 계속 이야기 중이다.

 

“그래서 너무 속상해서 언니를 만나 하소연을 했는데, 언니의 남편인 형부도 퇴직해서 집에 있는데, 아 글쎄 형부는 매일 청소하겠다고 걸레 자루를 들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데 언니가 죽겠데요”

 

“아니 청소 해주면 좋은데 왜요?” 옆에서 동료가 거든다.

 

“청소는 언니가 매일매일 하는 일인데, 형부가 그 일을 하겠다고 하니 언니가 자기 일을 빼앗는 형부가 미워 죽겠데요, 청소를 잘하지도 못 하면서요”

 

 

모두가 허리를 뒤로 제치며 박장대소 한다. 두 자매의 다른 소재, 같은 상황의 일에 그만 웃음이 터져 나온다. 퇴직 후 부부가 집안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다. 퇴직이나 은퇴한 남편들이 그동안 직장 일로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집안일을 돌보며 아내를 도우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정유경씨 남편은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일을 계속하려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정유경씨 형부는 이제 퇴직도 했으니 아내가 하던 집안일을 분담하려는 좋은 마음이다.

 

50대에 들어선 중년들은 자녀가 독립하고 직장을 은퇴하면서 빈 둥지시기를 맞는다. 부부는 의지할 곳은 두 사람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친밀해 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녀중심으로 살았던 생활이 부부중심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모든 부부가 그렇지는 않다. 남편은 그동안 일에 쫓겨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이제 아내와 또는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전업주부로 살았던 아내라면 남편의 뒷바라지와 자녀 양육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시기다. 여성은 중년기에 개별화 하려는 욕구가 나타난다. 직장을 다녔던 여성이 퇴직을 했다면 직장일로 못했던 집안일이나 취미를 해보고 싶어 한다. 여기서 서로 충돌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간에 역할과 취미를 공유하면서 상호작용방법을 다시 맞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고,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일을 분담하여 참여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퇴직이나 은퇴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상당히 일반화 되어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보건데, 일방적인 자신의 생각대로 보다는 먼저 아내와 또는 남편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과 기질이 있다. 특히 바뀌지 않는 자신만의 핵심 영역이 있다. 부부가 만나 함께 사는 동안에도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지 바뀌지 않는다. 침범을 절대 허락하지 않은 핵심영역이 크면 클수록 부부싸움을 많이 하게 된다. 부부사이 서로 각자의 핵심영역이 작을수록 좋다. 양보와 타협이 가능한 공통되는 부분을 잘 키워 나가야 한다. 부부 사이에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일치를 이루면 원만한 부부관계가 된다. 핵심영역을 얼마만큼 잘 인정해 주느냐에 따라 부부사이가 관계의 달인이 될 수도 있고 관계의 폭탄이 될 수도 있다. 자주 싸우는 부부는 두 사람 각각의 핵심영역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일 수 있다. 고유의 핵심영역을 확실하게 인정해 주고 양보와 타협이 가능한 부분을 점점 키워나가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호감과 존중과 이해와 인정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정유경씨도 부엌은 자신의 고유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단지 직장일로 인해 그동안 남편이 그 일을 대신했을 뿐이다. 퇴직을 해서 자신의 공간인 부엌으로 돌아 왔는데 남편이 고유 영역을 침범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정유경씨 언니도 결혼 후 줄곤 해오던 청소를 남편이 하려고 하니 다툼이 일어났다.

 

 

어찌됐든 두 자매가 동일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핵심영역을 떠나 집안일을 거들어 주는 것에 고마워해야할 상황인데, 인간은 참 알다가도 모를 아이러니다. 정유경씨 부부는 남편이나 아내나 서로 일방적이어서 문제가 됐다. 대화를 통해 서로 자신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해결될 일이다. 대화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와도 꼭 필요한 삶의 필수도구다. 특히 퇴직 후에 가족과 부부사이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조기훈 칼럼니스트, 꿈세생애설계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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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19 [11:55]  최종편집: ⓒ 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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